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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

[단편이야기] 묵은 보리랑 쌀이 우리를 한데 모여

by 한고양 2023.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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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한 곤충 껍질

비온 뒤 지렁이

민달팽이

가끔 뭔 사체 

이런거 까-악-까-악 하면서 먹고 잘 살고 있어요 전

 

덩치에 안맞게

사실 우리도

멧비둘기처럼 귀엽게 노는거 알죠?

 

 

해가 뜨면 내가 잠깐 지나는

여기 초등학교와 아파트 사이 넓지막한 뒤뜰에 말이에요

갑자기 추워진 늦가을부터 며칠에 한번씩

새벽에 참새 무리가 시끄럽게 팔닥거리면서

몰려다니고 바닥에 있는거 마구 먹으면서 놀더라구요?

 

그리고 2시간 후인 아침이 되면

둘기넘들도 몰려갖고 뒤뚱거리면서도 빚의속도로 바닥 쪼아대고

 

둘기들이 먹을 땐 까치들도 오더라구요

 

 

까치는 많이 먹지는 않고 둘기들 방해만 하는거 같긴 한데

약올리는듯이 통통거리면서 걸으면서

뭐하나 모르겠지만 

암튼 까치들까지 다 먹고나면 남은거 주워먹으려고

멀리서 지켜보다가

젤 늦은 아침에 와서 그 작은 쌀알을 큰 부리로 쫌 쪼아먹었죠

 

덩치에 안맞는거 알지만 그래도 고소해서 핵맛나요

원래 제가 먹을땐 다른 애들 잘 없는데

오늘은 참새 네마리랑 까치 한마리 비둘기 두놈도

제 주변에서 더 먹고 있었어요

이런날은 드문데

이렇게

도시의 우리가 한데 모인거에요

그리고 오늘은 유난히 길에 사람도 없는데 

딱 한명 어느 아저씨가 여기 옆을 지나는거에요 

그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날 보고 화들짝 놀라네요

나도 아저씨보고 놀라서 양팔 활짝 펼쳐서 수직상승했는데

제가 생각해도 저 넘 멋지게 날았단 말이에요

근데 그 아저씨가 내가 넘 멋있데요

이렇게 가까이서 첨본데요 

 

그리고 이런 풍경 첨본데

나 먹으라고 준 쌀알 아닌데 나 땜에 주고싶데요

둘기들 민원만 아니라면 니들 다 배부르게 챙겨주고 싶은데

일주일에 한번만 줄게 그것도 겨울에만 

이러고 갔어요

 

근데 아저씨 사실은요.. 안줘도 되요 

근데 주면 졸라 편하게 먹어 좋긴 해요

이렇게 편하게 먹으면 사실..

우리도 유희를 즐길 시간이 많아지거든요

 

그거 아세요

저 친구들 멸종하게 생겼어여

왜 자꾸 우리 터전은 줄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저 타워들 되게 머리 아프단 말이에요

먹을건 왜케 없는지 

곱등이랑 바퀴만 먹으라나봐요

뭐 사실 그래도 좋아요

우리는 알아서 살아남을거에요

 

그런데 애기참새들은 크지도 못하고 엄청 죽는다구요

상가들은 쥐덫을 얼마나 놓는지

쪼꼬미들 거기가서 끈끈이 붙어 죽어요

 

둘기들 많다고 하지만 사실 몇 안되요 눈치밥때매 번식도 잘 못해요

하는짓이 밉상이라 많아 보이는거거든요

 

보세요 언제 이런 풍경 보시겠어요

온동네 귀요미들 참새랑 세상 누구보다 순한 둘기들

요염한 까치들 

우아한 나랑 내 친구 까마귀~

 

보리 쌀 안줘도 되니깐

숲과 나무를 파괴하지 말아주세요

 

아저씨, 먹을거 안줘도되니깐

살충제좀 그만 뿌려달라 해요

수목 소독좀 그만 해달라 해요

 

우리를 이웃으로 봐주세요

우리는 그냥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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